애플, 미국 판매 아이폰 전량 인도 생산 추진…공급망 대변혁 시작된다

애플이 내년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모든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2026년 말까지 연간 6000만 대 규모의 아이폰을 인도에서 조달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이폰 수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애플은 주요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애플의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제조 전략 수정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애플은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라인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미중 패권 경쟁과 중국 내 정책 불확실성은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새로운 위험요소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애플은 타타 일렉트로닉스와 폭스콘 같은 계약 제조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인도 내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존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인도 시장은 애플에게 매력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인도 정부 역시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는 글로벌 IT 제조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애플이 미국 판매용 아이폰을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춘 결과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생산을 늘리면 생산비 절감뿐 아니라, 관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편, 미중 무역 갈등은 여전히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을 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했고,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일시적 유예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현재도 중국산 스마트폰은 별도의 20%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인도산 제품도 26% 관세가 부과되지만, 최근 미국과 인도 간 양자무역협정을 통한 관세 철폐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이번 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인도를 방문하여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애플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무역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관세 부담이 높아질 경우, 제조원가 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인도 생산을 늘림으로써 애플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도는 중국 대비 정치적 리스크가 낮고, 젊고 숙련된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어 장기적인 생산거점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애플의 향후 실적 발표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오는 5월 1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관세 정책과 생산 전략 전환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시리 출시 지연과 관세 부담 증가를 이유로 애플 목표 주가를 250달러에서 240달러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투자 의견은 여전히 '매수'로 유지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애플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애플이 추진하는 이번 인도 생산 확대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나 생산량 증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신속하게 전략을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니엘 뉴먼 퓨처럼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는 애플이 성장과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장 역시 애플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애플은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새로운 제품군을 통해 성장 동력을 이어나가고, 생산기지를 다변화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이번 인도 생산 확대 전략은 그런 변화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향후 몇 년간 애플이 인도를 거점으로 삼아 얼마나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시장 속에서 애플의 유연한 대응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